지난 겨울 부부문제로 극도의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원인과 해법을 찾지 못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인드원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결혼 생활 십년을 넘기면서도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았고,
서로 간의 관계에 아무것도 확신이 없었다.
오직 정신 줄을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버려진 참담한 자신과 마음을 닫아버린 상대방뿐이었다.
이어진 분석과 상담은 지금까지 성장하며 자아에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을 복기하는 여행과도 같았다.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맏이라는 이유와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부당하게 무차별적으로– 잦은 체벌을 받았고 이로 인해서 쉽게 발끈하는 성격이 되었다.
그렇게 자신이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여기면 폭력을 사용하거나 말로써 상대방을 공격하였다.
그러한 복수심이 가족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차츰 멍들게 하였으며,
사회 생활에서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게 되었다.
또한 집사람은 나와 같은 종교를 믿는 목사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종교적 이론에 억압된 환경 속에서 성장하였으며
어린 시절 받아들이기 힘든 큰 사건을 겪고 스스로를 죽었다고 여기게 되었고,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하는 성격이 잠재되어 있었다.
12주 간의 상담과 두 차례의 노브레인 집단상담 세션은
종교에 함몰되고 아집으로 가득찬 너무도 딱딱했던 나를 깨부수는 작업이었다.
마치 선문답을 하듯이 철학을 탐구하듯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조직화 된 나의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었다.
인간이란?
인생이란?
종교란?
사랑이란?
관계란?
죄란?
이러한 원초적인 질문에서부터 지금까지 붙잡고 있던 명제들을 내려놓는 과정이
힘겹고 두렵고 때로는 허무하기도 했지만
그 전까지 독단적인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자신을 인식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마디로 기존의 나의 모습은 내가 나를 모르고, 때로는 편리하게 부정하고 합리화 해 버린,
그렇기에 자신이 처한 현실에 핑계를 대고 세상을 비관하다가 기회가 되면 공격하는 비겁한 모습이었다.
또한 여러 시청각 자료를 통해 종교적 시각을 버리고 인간의 시각으로 인간 그대로를 해석하는 힘을 얻게 되었고
이는 세상과 상황을 해석하는 데에 결정적인 도구가 되었다.
처음에는 생소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결국 내가 믿을 것은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신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명료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자 자신과 주변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고,
나에게 주어진 결과를 다른 대상에게 의탁하거나 전가하지 않고 내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나아가 주어진 상황을 직관적이고 능동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가를 체득하게 되었으며,
행복도 고난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해석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고 최선의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전까지 무심코 보내버린 시간을 후회하기 보다는 지금, 여기서
가정과 사회 생활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위해 무엇이 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구체화하는 삶, 나는 그것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