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가면 뒤의 나의 진짜 모습

사실 상담센터를 방문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망설였던 것 같습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안고 있다고 여기는 불안, 우울, 무기력함에

내가 유난을 떠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진짜 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인정하게 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늘 타인에게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비춰져야만 한다는

  강박감, 슬픔과 우울감을 느끼는 순간에도

  ‘아니야. 웃어야 해. 참자. 버텨보자.’ 라는 방식으로

  제 자신을 참 많이도 억압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아닌데, 난 진짜 괜찮은데, 난 이만하면 행복한데. 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진짜 제 안에는 비참하고, 외롭고, 슬픈 감정이 먼지 쌓이듯

  차곡차곡 쌓여져 가고 있었습니다. 

 

  상담은 바로 이런 저의 모습을 인정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내 안에 슬픔과 외로움, 두려움, 우울한 마음들을 온전히 느껴보고 때로는

  하염없이 눈물로 쏟아내고… 

  사실 처음에는 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2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의 감정을 감추고, 억누르고, 숨기는 데에만

  너무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눈물 흘리고,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저에게 가장 필요한 건 ‘감정 표현’하기 였습니다. 

  온전히 표출되지 못하는 감정들이 쌓여 때때로 주체하기 힘든

  짜증과 스트레스로 저를 괴롭혔고, 

  이러한 과정의 연속에서 스스로에게 지치다 보니

  타인을 마주하는 것에도 점점 무기력해 지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감정을 계속 억누르기만 하다 보니 어떤 것이 진짜 나의 감정인지,

  이게 정말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조차도

  제대로 알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갔던 것 같아요.

 

이제는 나의 진짜 모습을 인정하고 예전과는 다른 패턴으로

삶을 살아가는 연습이 참 재미있고 설레기까지 합니다. 

제 자신이 조금씩 변하고 달라지니

나의 가족을 바라보고 대하는 마음 또한 여유로워짐을 느낍니다. 

 

지금의 내가 나의 엄마, 아빠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나의 엄마, 아빠 역시
그 나름대로 그러한 인생을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부분들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상담현장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자 노력한다면

저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가꾸어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저에게도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