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상담 제 2 session이 시작되었다.
지난 첫 3개월 이후, 2번째 상담을 시도하는 마음가짐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으리라.’
조금 자극적이고 두렵다 싶음 회피해버리는 내 성향 덕에
사실 지난 3개월의 상담동안 나의 변화는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개인 상담도, 집단 상담 프로그램도 몇 주씩 빠지기 일쑤였다.
오지 않는 이에게 상담 선생님께서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었으랴.
그렇게 한 차례 고비를 겪은 나는
상담선생님의 걱정과 관심의 끈을 잡고
다시 자리를 잡았다.
지난 3개월이 남긴 것은 아쉬움.
돌아보면 애초에 나는 좀 쉬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사실은 스스로의 회피와 우울 안에 도망가 숨어버린 건지도.
현실을 마주하기가 싫으니까 말이다.
그래놓고 이대로 있다간 내가 망가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내가 스스로를 해칠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상담선생님께 전가시키고는
안심하고 싶은 이기심으로 상담에 안주했던 듯하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3개월은 어땠을까?
차주현 선생님은 내가 가진 의지와 열정이 있는 날을
귀신같이 포착해내어 더 적극적인 상담을 시도하셨다.
덕분에 내면에 깊게 자리해 나를 힘들게 하던 분노, 수치심, 공포 등
다양한 주제들이 다루어졌다.
다루면 다룰수록 내 눈과 귀를 가리던 쌓이고 묶은 감정들이
하나 둘 벗겨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 이 시점,
처음 예정되었던 3개월이 아닌
약 한달 반만에(2시간씩 몰아 깊은 주제를 다룬 날도 있었기에)
마음의 파도가 잔잔해지고
바다 건너 사물과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이 파도같이 힘든 것이 아니고, 내 마음이 파도였구나!’
「내 마음의 파도가 잦아드니 세상은 고요했다.
일렁이는 파도에 가려 보이지 않던 반대쪽이 참 아름다웠다.
건너편의 사람들과 손을 흔들며 밝은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평화롭고 고요한 세상은…
바로 내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