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제의 따뜻했던 감정을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이 눈물이 난다.
나는 건방지고 감사할 줄 모르는 모난 성격을 다듬기위해
마인드원 심리상담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일을 하던 도중에 상담을 하고 있던 차주현 상담사님께서
내담자가 있는 상담실로 오라고 나를 부르셨다.
상담사님은 내담자와 마주보고 눈을 바라보면서 서로에 대해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셨다.
나는 교육을 받으면서 기본적인 일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우울해 있던 상태였다.
내담자는 나에 대해 자기관리를 잘하고 목표의식이 뚜렷하여 그것만 보고 가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상담사님께서는 나에게 그러하냐고 물으셨고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왜냐하면 나는 전날 상담사님의 25만원짜리 찻잔을 깨트렸고
다음날은 상담실에서 차를 쏟아버려 내담자와 상담사님께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찻잔을 깬 이야기를 들은 내담자는
상담사님께 “컵은 누구나 다 깰 수 있잖아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나자 나의 울적했던 마음이 위로가 되고 힘이 나는 것을 느꼈다.
나는 내담자에게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했다.
상담사님은 내담자에게 전체적인 관찰의 결과 남을 헤아릴 줄 아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셨다.
나 역시 치유받기위해 상담실을 찾았던 내담자에게
오히려 내가 마음의 치유를 받게 되어 고맙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 회기 상담이 끝나고 내담자의 어머니가 곧바로 상담을 들어오셨다.
차주현 상담사님은 나에게 ‘네가 방금 전에 만났던 내담자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어머니에게 말하라고’하셨다.
이 상황에서 내가 판단했던 스스로의 생각은
‘어머니는 내담자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모르시는구나. 내가 알게 해드려야지.’라는 생각이었고
내가 느끼고 본 대로 내담자에 대한 말을 꺼냈다.
‘내담자는 상담만 잘 받으면 정말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 같았고,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남을 헤아릴 줄 아는 능력이 뛰어났던 점이었어요.’
그러자 상담사님께서 ‘나는 너에게 영업하라고 한 적이 없는데 왜 영업을 하려고 하느냐?
네가 내담자에게서 느꼈던 점을 각색하지 말고 진실 되게 말해라.
어머니의 눈을 마주보고 거짓말이 아닌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어머니의 눈을 마주보자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유는 어머니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부담스러웠고 눈을 마주보고 있어야 하니
눈동자를 굴려가며 해야 할 말을 지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수년동안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를 직면했던 때였다.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 나의 진심이 전달될까 생각했다.
그리고 내담자가 컵은 누구나 다 깰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을 때 위로받았던 감정을 떠올리며
감정을 잡고 말을 꺼냈다.
그러나 이 두려움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말하자
상담사님께서는 ‘그때 당시에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설명해 주면 좋지 않겠느냐?
상대가 네 말을 듣고 무슨 상황이었는지 이해를 할 수 있게 말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조금 전에 내담자와 함께 있었던 상황을 차근히 머릿속에 그려나갔고
감정을 정리하여 어렵게 입을 뗐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몸을 내 쪽으로 돌려 자세를 고쳐 앉으시고는 말을 해보라는 듯
눈으로 표시를 해주셨다.
차주현 상담사님께서는
‘어머니가 자세를 네 쪽으로 고쳐 앉은 것은 이제야 네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져 그것이
어머니 마음을 움직인 것이고, 또 하나는 혼나는 네가 불쌍해서 그런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오늘 내담자에게 여러번 치유 받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감사함과 두려움이 복합된 감정으로 최대한 진실됨을 말하려고 했다.
눈을 바라보면 거짓말을 못한다는 상담사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조금 전 느꼈던 내담자에 대한 고마움을 내 말속에 진실되게 녹이려고 노력했다.
‘저는 마인드원 심리상담센터에 들어와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서 굉장히 기분이 우울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상담사님께서 내담자가 있는 상담실에 저를 부르셨고,
서로에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말하라고 하셨어요.
내담자는 저에게 목적의식이 분명해 보이고 자기관리가 철저해 보인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들은 저는 제 자신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저는 전날에 비싼 컵을 깼던 사람이었고 그래서 자기관리가 잘되는 사람은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내담자는 컵은 누구나가 다 깰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해줬는데
저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편해졌고 내담자에게 고마움을 느꼈어요.’
라고 말을 마쳤다.
어머니의 눈을 마주보며 말을 하니 어머니의 눈동자에서 감정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담자가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고 말했을 때 어머니의 눈가는 빨갛고 촉촉하게 변했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위로와 고마움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시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내담자(이름)가 너의 감정을 헤아려 주었구나.’라고 말씀하셨다.
내 마음은 어머니가 내담자를 향해 느끼는 미안함과 기특함을 같이 느끼고 있었다